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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가사보기
내 사랑은 가사보기
우리가 어느 별에서 가사보기
저 하늘에 구름따라 가사보기
봉숭아 가사보기
가사보기
모항가는 길 가사보기
가사보기
바위섬 가사보기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보기
직녀에게 가사보기
누가 저 거미줄에 걸린 나비를 구할 것인가 가사보기
아름다운 날 있으리 가사보기
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 가사보기

나를 사랑하기로 하였습니다.
나의 모순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렇게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세월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오면서 꾀죄죄한 내가
제법 말끔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린 시절부터 가슴에 품었던
빛을 잃은 푸른 별 하나도 맑아지는 것 같구요.
그동안 초라하게만 여겨지던,
어떤 나의 것이 소중하게 다가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노래입니다.
두렵고 부끄럽지만 이제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말이죠.




광주공연 2000년 6월30일~ 7월1일/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
서울공연 2000년 7월7일 ~7월8일 / 연강홀

 
 
 
 
 
 
 
 
꽃을 심으리 그대 가슴에 가사보기
눈물꽃 가사보기
개망초꽃 가사보기
춤춘다 가사보기

5.18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을 기념하며...

1980년에 저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때 저에게 있어 1950년에 일어난 동족상잔의 비극 6.25는 동학혁명, 병자호란 또는 임진왜란과 다를 바 없는 오래된 역사의 한 페이지였을 뿐이었습니다.
1980년에서 30년이 지난 지금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에게 ‘5.18광주민주화운동’이 흘러간 역사 이상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요즘 인터넷상에서 오가는 이야기 중에
‘좌빨, 전라디언 간첩들이 일으킨 5.18’이라는 댓글을 보며
답답하고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80년 5월 광주의 금남로 가슴 뜨거운 현장에 저도 서 있었습니다.
공부보다 기타치고 노래하는 것을 더 좋아했던 속없는 학생이 말이지요.
누가 시켜서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간첩이 아니었다는 말이지요.
두렵고 참혹한 그 현장을 피해 달아났습니다.
그래서 살아남은 저는 아직도 힘이 듭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합니다.
이 말은 6.25나 5.18이 되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있을 수 없는 이야기 입니다. 진실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편하더라도 말하고 알아야겠지요. 절대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직접 겪었던 5월 현장의 느낌과 가장 가까운 노래들을 정리하였습니다.
녹음하는 내내 가슴 아파 울었습니다. 같이 작업을 해 준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노래를 끝으로 이제 울지 않으려 합니다.
5월 광주는 너무 자랑스러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광주 5월에 빚지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정치적 발전과 그로 인한 경제적 발전, 개인권리의 자각까지, 사회적 전반에 걸쳐 광주 5월의 희생을 담보로 변화해온 증거는 널려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랑스러운 5월에 환희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려합니다.
십 수 년 전에 망월동에서 49일간 매일 노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비가 오면 하루 정도는 쉬고 싶었습니다.
딱 한번 비가 왔는데 공연 1시간 전에 멈추었습니다.
영령들이 노래를 좋아한다고 믿습니다.
영전에 노래를 바칩니다.

2010_

 

자신의 삶에 대한 치유의 결실로 빚어진 노래

- 류형선 (작곡가/음악 프로듀서) -

겨울 끝자락이 덜 거두어져 있는 2월 말 즈음, 그가 ‘칩거’ 비슷한 장소로 점거하고 있는 무등산 자락으로 나를 불렀다. “518이 벌써 서른해를 맞는데, 그냥 보낼 수 없지 않나? 싱글이라도 하나 만드는 것이 어때?” 그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순간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화두(話頭), 노래는 김원중에게 무엇일까? 김원중은 노래에게 또 어떤 의미일까? . . . 이번 일은 시작부터 이렇듯 범상치 않다.
무등산에서 내가 사는 남양주 광릉수목원까지는 대략 5시간, 지루한 밤길 운전이지만 이 화두를 천천히 곱씹기에는 적당한 시간이었다.
배가 고파 우는 아이에게 애처로이 쥐어 쥘 만 한 떡 한 덩이 만큼은 될까? 억울해서 잠 못 이루는 이들의 수면제 한 알 정도의 크기는 될까? 앞길이 막막한 이들이 모여 마시는 술 한 잔의 위무 정도라면 적당한 측정값일까? 도대체 노래가 사람에게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다시 518 서른해를 노래하지 않으면 불편해 견딜 수 없는 인생이 그의 것이 되어버린 것일까? 기꺼이 함께 하겠노라고 약속해 버린 내 안의 동행의 단서는 또 무엇일까?
. . . 아무래도 이번 음반은 이 질문을 내내 품고 가야 하는, 아주 불편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과연 그랬다. 편곡을 하는 시간들은 그저 먹먹하고 답답했다. 필(feel)이 꽂혀야 음악이 빚어질 것이니 어쩔 수 없이 먼지 쌓인 책장을 뒤적거려 서른 해 전의 흔적들을 다시 들여봐야 했다. 혹은 ‘화려한 휴가’ 영화를 눈앞에 펼쳐놓고 거듭 거듭 감수성을 담금질 하며 만들고 지우기를 거듭해야 했다. 한보리의 고백 처럼, “눈물도 얼어붙은 벌판 바람 막이도 없는 벌판에 오랜 기다림으로 지치고 지친 그대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 . ” 그런 눅눅함에 지독하게 갇혀 보낸 것이다.
그러다 햇살이 다시 드는가 싶은 아침이거나 잠시 깜박잠 깨고 난 멍멍한 한 낮이면, 이 멀쩡해 보이는 세상이 내게 시비걸듯 주절거리는데, 그만 먼지 털고 일어나, 그리 칙칙하게 찌그러져 있을 필요가 뭐야? 굳이 그리 엄숙하고 복잡해야 할 이유가 뭐야? . . . 그리 잠시 조롱당하고 나면 온 몸에 기운이 쏘옥 빠져 멍청하게 앉아 보내는 시간들이 많았다.
뭐랄까, 길이 보이지 않는 시대가 안겨주는 허허로움 같은 것, 이제 익숙해 질 만도 한 욕망의 시대를 뚫어 낼 능력은 없고 생존을 핑계로 피하고 도망가곤 했던, 바로 그 것을 다시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불편함, 일테면 그런 것.
그렇구나. 그래서 그가 이 앨범을 만들고 싶은 것이구나.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어서. . . 나는 이렇듯 그에게 찰싹 찰싹 동화되어 갔다.

문득 김원중의 목소리가 전 같지 않다 싶어 물어보니 성대결절이란다. 아뿔싸! 그리 굳건하고 짱짱해서 언제 어디서든 한껏 치켜 올려야 제 맛이 나던 그 열정적인 에너지를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고 그 몸이 태클을 거는 것이다.
김원중이 뭘 잘 못 했을까? 먼지 쌓인 이부자리를 털어내지 않고, 눅눅한 생각의 늪에 허우적 거리기를 마다하지 않고 살았을 것이 분명한데, 자신의 노래가 삶에 대한 정직한 통찰의 언어이기를 갈망하며 그저 열심히 노래하였을 뿐인데, 바로 그 이유로 결절이라는 조롱을 받는 것이다. 어쩌면 이리 쏘옥 빼어 닮았을꼬. 조롱당하는 내 감수성이나 태클 걸린 그의 성대나 아무렇게나 내 돌려져도 괜찮은 이 시대나.

어찌 살 것인가? . . .다행히 그는, 그리고 나는 하나의 처방전을 거머쥐게 되었다.
노래하는 이의 삶을 아름답게 치유하는 도구로 빚어질 때, 다른 무엇이 아닌 노래하는 이의 삶 속에 배어 있는 낡은 찌꺼기가 드러나고 치유되는 방식으로 불려질 때, 노래가 뿜어낼 수 있는 가장 숭고한 가치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이 긴 호흡의 처방전! 이것 하나 감격스레 거머쥐게 되어 고맙고 행복한 것이다. 이 처방전 하나 거머쥐려고 그도 나도 함께 마음을 모아준 모든 친구들이 다 그랬던 것이다. 먹먹하고 불편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울컥거리고 부끄럽고 아프고. . .그러면서 움터오르는 더 없이 깊고 짙은 성찰과 성찰의 연쇄.

. . .그런 김원중을 만난 노래는 또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노래의 프로포즈를 서른 살 넘어 다시 받는 518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꽃을 심으리 그대 가슴에

[김원중의 작업노트]
광주 지역 음악 친구인 한보리의 곡을 받아들고
‘눈물도 얼어붙은 들판 바람막이도 없는 벌판에
오랜 기다림으로 지치고 지친 그대’라는 부분에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실이라는 이유로 외면하며 사는게 얼마나 많은 것인지...

[편곡자 류형선의 작업노트]
한보리의 심장 어딘가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김원중의 목소리가 모든 것을 결정해야 했다. 이 깊은 성찰과 울먹임이 반드시 김원중의 것이어야만 했다. 해서 그의 목소리가 표현 할 수 있는 보폭을 최대한 섬세하게 보듬어 편곡된 곡이다.
이 아리디 아린 노랫말을 단 하나의 명제로 응축한다면 무엇일까? “꽃을 심으리 그대 가슴에”로 내게는 읽혔다. 짙은 성찰의 시간을 경과한, 형언이 쉽지 않은 희망 같은, 그런 것 말이다. 노래의 마지막을 이 한 마디로 한껏 기운차게 북돋워 낸 이유는 이것이다.
 
눈물꽃

[김원중의 작업노트]
‘시노래 모임 나팔꽃’의 동인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정호승 시인과 작곡가 류형선의 합작품이다.
1999년에 만든 나팔꽃 1집에 실렸던 곡이었으나 이번에 키를 바꾸고 편곡을 다시 하여 실었다.
백지영이 맞은 총과 눈물꽃이 맞은 총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편곡자 류형선의 작업노트]
‘눈물’에게도 오감이 있어서, 정도를 뛰어넘는 슬픔을 만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나보다. 그래서 너무 아프면 눈물이 흐르지 않은 것일지도.
‘해금’에게 부탁하였다. 김원중과 더불어 맘 껏 울어라. 꽃은 나중에 피워도 좋으니, 눈물이 터져 흐를 자리를 보듬고 또 보듬어라.
 
개망초꽃

[김원중의 작업노트]
정호승 시인을 아는 분이라면 부드럽고 점잖은 시인의 풍모에 감동을 받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 시에서만큼은 입에 담기도 어려운 단어들이 격하게 쏟아져 있다.
죽은 아기, 들짐승, 미친년, 무우시래기국, 혁명, 가랑이 등이 그것들이다.
시인의 아픔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많은 꽃 중에 흔하디흔한 개망초 꽃을 빌어다 가래침 뱉듯 개××라고 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를 읽고 충격을 받은 한보리가 곡을 썼고 나는 이 곡을 들고 겨우내내 무등산 속에서 씨름을 하였다. 너무 아파서 노래를 멈춘적이 거의 매번이었다.

[편곡자 류형선의 작업노트]
지독한 언어들로 구성된 노랫말이 명확한 길을 안내한다. 그 길을 따르며 곡이 만들어진 것 같고, 김원중도 그리 하였으리라. 어쩌랴. 편곡도 그리 할 수밖에.
30년 전 그날의 고통스런 형상을 여릿한 march drum으로 깔고, 대금이 이끌고 해금과 피리가 따라오는 시나위 가락으로 더없는 위로의 해살을 담고자 했는데, 그 위로의 대상은 누굴까? 녹음 마치고 나서 비로소 깨달아지는 것이다. 이 욕망의 시대를 투항하듯 버티고 사는 우리 자신이야 말로 더없는 연민의 대상인 것이.
 
춤춘다

[김원중의 작업노트]
지난 해 초겨울 밤, 원효사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데 조금은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미루나무 이파리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고 옆으로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이 같은 방향으로 어깨동무하듯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나도 일어나 춤을 추었다.
엉성하고 박자도 안맞는 춤을 나만의 춤이라고 하고 싶었다.
힘들고 서러운 것 다 던져버리고, 세상 안으로 들어가 춤추고 싶었다.
이제 5월은 춤이었으면 싶다.

[편곡자 류형선의 작업노트]
김원중의 춤은 역시 ‘8비트 고고리듬’이 좋은데, 펑키한 느낌의 리듬으로 활기를 조금 더 북돋워 보았다. 반주보다는 30대 중반의 여성 코러스 곽주림과 김가영이 ‘고통의 시간을 경과한 김원중의 춤’에 폭발적인 시너지를 불어 넣는, 그런 아이디어로 편곡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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