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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서광(瑞光) 6월 여행
7월 여성, 여인, 여자. 8월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9월 Polaris(북극성) 10월 좌경단풍
11월 석과불식(碩果不食) 12월 할렐루야
 
 
5월 주제: 서광(瑞光)
 

밤새 어루만지듯 땅을 적시던 가느다란 비 사이를
다람쥐 한 마리가 후다닥 뚫고 지나갑니다.
그러고 보니 밖이 환해옵니다.
간밤에 새로운 대통령이 결정되었습니다.
조금 있다 TV 화면에 비친,
공중에서 촬영한 듯한 장면에 선루프 위로 몸을 내민 대통령이
좌 우 연도의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들어 연신 촬영을 하면서 손을 흔듭니다.
한 손으로, 두 손을 다 들어서, 심지어 팔짝팔짝 뛰기도 합니다.
가로수 이파리도 비 그친 후 불어온 맑은 바람에 팔랑거립니다.
울컥하였습니다.
손 흔들어 서로에게 보내는 바람과
이파리들이 불러일으킨 바람 속에 따뜻함과 평화가 있기를 기도하였습니다.
작업실을 나설 때 비는 그쳤으나 흐리던 하늘이
두어 구비 산길을 돌아서니 갑자기 밝은 햇빛으로 환합니다.
瑞光 이기를…
2017년 달거리를 시작합니다.
5월 29일 오후 7시 30분에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2017년 5월 김원중 

 
사진: 리일천
 
 
6월 주제: 여행
 

너 문득 떠나고 싶을 때가 있지
그래 눈 딱 감고서 떠나 보는 거야
여행이란 인생에 쓴맛 본 자들만이 한번쯤 떠나는 것이니까…

            (안도현의 시를 김원중이 노래한 ‘모항 가는 길’ 中)

템즈 강변에 15분마다 울려 퍼지는 빅 벤의 종소리. 에펠탑 맨 위층에서 바라본 산하나 눈에 띄지 않는 파리를 둘러싼 머나먼, 그리고 평화로운 지평선. 인터라켄 역에서 바라본 아침햇살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융프라우’의 하얀 얼굴. 이 세상의 밝은 얼굴들만 가득 한 것 같은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울려 퍼지는 성당의 3시를 알리는 종소리.

얼마 전 파리와 벨기에 그리고 런던의 관공서마다 조기를 달게 한 테러의 공포 속에 떨고 있는 유럽의 또 다른 표정들입니다. 국경을 넘을 때마다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보내주신 사람 많은 곳에는 가지 말라는 문자를 핸드폰으로 확인하면서 두려운 마음으로 한발 한발 걷는 생애 첫 유럽관광 중입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출발한 여행사 투어가 사진만 찍는 관광에 그치지 않고 인생의 쓴 맛과 세상에 버려진 느낌을 극복하는‘여행’이 될 수 있도록 애쓰는 중입니다.

이번 달 달거리 초대손님은 재즈보컬리스트 윤덕현, 빵만드는 갤러리는 주라영 화가입니다. 6월 26일 오후 7시 30분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2017년 6월 김원중 

 
사진: 리일천
 
 
7월 주제: 여성, 여인, 여자.
 

이 세 단어의 사전적 의미와는 아무 관계없이 내게 떠올려지는 이미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이고 수박 겉핥는 인식임을 전제합니다.

여성’은 사회적 의미가 크게 느껴집니다. ‘남성’이 동시에 연상되고 ‘젠더’, ‘사회학’, ‘인권’이라는 단어들이 같이 떠올려집니다.

여인’은 에로틱한 이미지가 강합니다. 성숙한 느낌이 있고 남성이 무릎 꿇고 찬양의 예를 갖출 때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여인’이어야 될 것 같습니다.

여자’는 뭔가 상대적으로 낮추어 보는 느낌입니다. 삿대질하며 싸울 때 ‘이 여자’, ‘저 여자’라고 하지 않습니까? 손가락질당하는 ‘이 여자’ 분도 ‘여자’라 했다는데 더 분노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7월 첫 주간이 얼마 전까지 ‘여성주간’으로 불렸던 ‘양성평등주간’이었습니다. ‘女’가 늘 손해 보는 세상의 구조를 바꾸려는 여러 노력들이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세상의 어떤 분열보다도 남·녀 간의 분열이 심각할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女’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조차 싫습니다. 계셔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평등보다는 상위로 모시고 싶습니다. 女만세!!

이번 달 달거리 초대 손님은 <광주 오카리나 합주단>과 <월산지역아동센터>, 그리고 빵 만드는 갤러리는 박태후 화가입니다. 7월 31일 오후7시 30분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2017년 7월 김원중 

 
사진: 리일천
 
 
8월 주제: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폭염을 피해 계곡에 가서 하루 지내고 왔는데 갑자기 가을이 되어 있었습니다. 더위가 점점 가시고 살며시 가을이 찾아오는 그런 것이 아니라 오늘까지 여름이고 자정을 기해 가을이 시작된 듯한, 이상한 계절의 바통터치인 것 같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도 이런 모습으로 찾아올까요?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은 말 주먹질이 오늘 밤을 지나고 나면 화해의 악수로 변해 있지는 않을까요?
그러나 생각해 보면 살며시 든지, 갑자기 든지 여름이 지나면 분명 가을은 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처럼 평화에 대한 확신도 우리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시원해진 비에 젖은 광복절 저녁의 생각입니다.

8월 달거리는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라는 영화를 상영합니다. 일본에게 나라를 잃고 연해주 등에 살다가 소련 정부에 의해 강제이주를 당해 중앙아시아 곳곳에 흩어져 살던, 고려인 출신의 ‘이함덕’과 ‘방타마라’라는 천재 뮤지션의 노래와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그리고 광산구에 있는 ‘고려인 마을’의 이야기를 민형배 광산구청장에게 들어 보겠습니다.
또한 김원중이 부르는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에 관한 노래도 들을 수 있습니다.
8월 28일 오후 7시 30분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2017년 8월 김원중 

 
사진: 리일천
 
 
9월 주제: Polaris(북극성)
 

아침저녁에 부는 시원한 바람과 한낮의 밝은 햇살!
그 속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주변 나무와 풀잎의 노란 느낌!
비온 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은 우주 밖의 밝은 빛을 통과시키는 구멍처럼 보이고 그 중에서도 정북향으로 올라가는 작업실 계단 끝 하늘 위의 작은 별하나.
The star in the northern sky, Polaris.
북극성이 존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을이 도착하였음을 알리는 신호겠지요. 그런데 북극성, 광명성, 화성 등 별들의 이름을 빌린 파괴적인 것들이 아름다우려는 이 계절에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이름만 놓고 본다면 평화여야 할 바로 북한의 미사일들입니다. 물론 제 눈에는 북한의 모습이 칭얼대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세계가 떠들썩한 것으로 보아 그 아이를 달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아이 눈 앞에 주먹을 들이밀며 ‘뚝’하고 윽박지르면 글쎄요, 아이가 울음을 멈출까요?
기왕에 주먹은 보였으니 칭얼거림이 멈췄으면 합니다만...ㅠㅠ
저녁 7시 20분경부터 갑자기 요란해진, 그러나 조화롭고 아름다운 풀벌레들의 소리가 자정이 다 되어도 여전한 그런 밤입니다.

이번 달 달거리는 공연장 사정으로 빛고을시민문화관 광장에서
가을 저녁 정취를 느끼는 야외공연으로 합니다.
따뜻한 옷 한벌 꼭 챙겨 오시는 센스!

초대 손님은 “향수”의 이동원입니다.
9월 25일 오후 7시 30분 빛고을시민문화관 광장에서 뵙겠습니다.

2017년 9월 김원중 

 
사진: 이문창
 
 
10월 주제: 좌경단풍
 

아 저것을 가만 두어야 하나요.
북쪽에서 남으로, 남으로 내려와 한반도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녀석들을...

이번 달거리는 몇 년간을 벼르고 별러 음악 인생에서 첫 번째 독집음반을 만들어낸 프롤로그와 재일동포의 삶을 노래와 연기로 표현해 내는 배우이면서 싱어송라이터인 재일동포3세 김기강씨를 모시고자 합니다.

초대화가는 노여운입니다.
깊어가는 가을에 아티스트들과 우리 모두의 평생 또는 올 한해의 수확을 한자리에서 축하하고 감사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10월 30일 오후 7시 30분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2017년 10월 김원중 

 
사진: 리일천
 
 
11월 주제: 석과불식(碩果不食)
 

늦가을과 초겨울의 경계에서 이파리 다 떨어트린 주홍빛 감들이
이른 아침 금빛 햇살 받아 선명합니다.
뼈 같은 가지를 앙상하게 드러낸 상수리나무가 까치의 날갯짓에
물기라고는 전혀 없는 몇 개 남지 않은 이파리를
그것도 무게라고 잡지 못하고 놓아버립니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이파리의 낙하는 고요합니다. 아니 웃고 있는 듯합니다.
티 없이 맑은 하늘에는 며칠 전부터 찾아온 10여 마리의 독수리가
무리지어 선회하고 있습니다.
좌우의 날개를 펼치고 그 끝의 손가락 같은 깃털들이 보일만큼
낮게 나는 몇 녀석이 위엄과 아름다움을 뿜어냅니다.
하늘 끝까지 올라 까만 점으로 보이는 몇 녀석들의 용맹함조차
이 계절의 평온함을 헤치지 못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의 제일 높은 곳에 까치밥을 남을 감 하나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씨앗으로 남길 과일은 먹지 않는다(석과불식 碩果不食)라는 옛말을 생각합니다.
모두가 사라진 것 같은 11월에 가지 끝의 감 한 알이 온 세상을 가득 채웁니다.
초대손님은 아이의 빛을 노래하는 시인 나비연과
빵 만드는 갤러리 초대작가는 김판삼 조각가입니다.
11월 27일 오후 7시30분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2017년 11월 김원중 

 
사진: 리일천
 
 
12월 주제: 할렐루야
 

“내게 일어난 모든 일들은 다 나를 위한 것이다”
제가 힘들 때마다 저를 일으켜 세우는 마음속 소리입니다.
제가 어머니 뱃속에 들어선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그전부터
저를 위한 기도, 하루도 거르지 않는 네 분의 기도가 있었습니다.
제 할아버님, 할머님,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네 분입니다.
일찍 잠에서 깬 날 눈을 비비며 처음 본 광경은
늘 엎드려 기도하는 그분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분들의 기도 속에 장손이며 장남인 저를 위한 기도가 빠질 리 있겠습니까?
평생을 저를 위한 기도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저로 하여금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던지 늘 자신감을 가지고 살게 하였습니다.
심지어는 당당함과 교만함을 구별 못하는 지경까지...
뒷 배경을 믿는 교만함으로 행동이 따르지 못한다면 그 기도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어머니의 유언도 딱 한마디 “겸손 하라”였습니다.
세상을 구원하러 예수께서 세상에 오신 성탄절입니다.
평화와 사랑의 예수께서 한반도의 전쟁 상황을 즐기실 리 없겠지만,
그러나 이 땅에 사는 우리의 평화를 위한 간절함과 노력이 먼저 있지 않고서야 성탄절을 맞아 마냥 외치는 ‘할렐루야’를 그분께서 듣겠습니까?
올 한해도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7년 마지막 달거리인 12월 25일, 오후 7시 30분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2017년 12월 김원중 

 
사진: 리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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