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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눈 녹이고 봄 온다.” 4월 “바람이 싹을 틔운다.”
5월 “무등산 천왕봉” 6월 “주체할 수 없는 생명, 6월에….”
7월 “휴 식” 8월 “ Fade out Fade in ”
9월 “공평한 햇살 ” 10월 “산으로 올라간 봄꽃들
             가을 단풍 되어 내려오다”
11월 여인의 옷 벗는 소리 12월 사랑하면 길이 보여…
 
 

3월주제 : “눈 녹이고 봄 온다.”

 
생각해보면 인생에는 지름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기간을 생략하고 훌쩍 뛰어넘었다 생각했지만, 인생은 반드시 되돌려 그 길을 꼭 지나게 한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계절 또한 그런 것 같습니다. 겨울을 지나지 않고 봄이 오는 법은 없습니다. 코트 깃을 여미며 찬바람을 맞고 눈길을 밟고 지나서야 우리는 봄의 새싹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얼음이나 눈 상태에서 1°C씩 올리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보다 얼음이나 눈이 액체로 변할 때 들어가는 에너지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눈을 녹이고서 우리 곁을 찾아오는 봄이 때가 되어 당연한 일처럼 오는 것만은 아니지요. 겨우내 숨 고르기와 축적된 에너지로 언 땅을 녹여내고 봄은 그렇게 오는 것입니다.
2012년 달거리를 다시 시작합니다. 1월, 2월 내내 공연을 준비하면서 많이 앓았습니다. 지름길을 생각하지 않는 빵 만드는 공연 '김원중의 달거리'를 격려해 주셨으면 싶습니다. 올 한해도 무대에서 아티스트들이 흘릴 땀방울을 거름삼아 주렁주렁 열릴 빵들을 생각하며 3월 19일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초대 손님은 통일의 꽃 임수경입니다.

2012년 3월 김원중 

 
 
초대손님: 임수경. 3월의 그림: 강남구
사진: 리일천, 신상균
 
 
4월주제 : “바람이 싹을 틔운다.”
 

따스한 햇살이 울타리를 이룬 대나무를 간지럽힙니다.
가만히 있던 대나무들이 간지럼을 참지 못하고
몸을 비틀어대기 시작하고, 이리저리 쏠리며
햇볕만큼 따뜻한 바람을 일으킵니다.
그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옆에 있던 흰 매화의 꽃망울이 터지고
동네에서 가장 키가 큰 느티나무의 싹이 터집니다.
아! 정녕 대숲에서 이는 바람은 생명의 바람입니다.
이 바람을 가득 담아다가 공연장에 풀어놓고 싶습니다.
4월 공연은 16일이고, 이달의 화가는 조근호입니다.

2012년 4월 김원중 

 
 
4월의 그림: 조근호
사진: 리일천, 신상균
 
 
5월주제 : “무등산 천왕봉”
 

95세에 돌아가신 저희 할아버님께서는
젊은 날, 무등산 천왕봉에 오르셨나 봅니다.
돌아가시기 몇 해 전에 다시 한 번 천왕봉에 가보고 싶다
하셨는데 저는 그 말씀을 들어 드리지 못했습니다.
천왕봉에는 분단의 상징인 군사시설이 있어
민간인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며칠 전, 광주광역시와 군이 협력하여 천왕봉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던 날, 산에 오르며 할아버님을 생각하였습니다.

80년 5월의 금남로를 눈물로 지켜보았을 무등산 천왕봉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 왔으면 합니다.
아니,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려가 그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이 땅에 민주의 꽃이 피어나고, 나누어진 나라가 하나 되며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그날을 노래합니다.
이런 모든 것들의 시작이 80년 5월 18일 광주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
이달 초대 손님은 한일문화교류에 열정을 쏟은 고바야시 히까루 님이고
이달의 화가는 백준선 님입니다.

추신: “5월 영령 석을 마련하였습니다.”

2012년 5월 김원중 

 
 
5월의 그림: 백준선
사진: 리일천, 신상균
 
 
 
6월 주제 : “주체할 수 없는 생명, 6월에….”
 

“개전 1주일이면 군 병력을 최소 100만 일반인은 500만 이상이 전멸합니다. 이건 1994년 기준입니다. 현재면 2배 이상이 될 것입니다. 남과 북은 6~70년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40살 이하는 거의 다 죽는다고 보면 됩니다. 그야말로 민족의 공멸입니다.” 얼마 전에 종영된 더킹 투하츠(The King 2Hearts)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났을 때 예견되는 피해를 보고하는 장면의 대사입니다. 충분히 우리를 공포에 빠뜨릴 수 있는 내용입니다만 제 생각엔 이보다 더할 것 같습니다. 우리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열강 속에서도 슈퍼강국인 미국의 전쟁 종합전적이 100전 98승 1무 1패입니다. 1패는 월남전에서였는데 1무는 어디와의 전쟁이었을까요?

바로 북한입니다. 이러한 북한을 미국과 힘을 합쳐 남한이 표면상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도 전 국토가 병영화된 북한에서 월맹군처럼 게릴라전이라도 전개하면 한반도는 끝나지 않는 전쟁의 나락으로 빠지게 될 것입니다.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이 땅에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푸르름으로 주체할 수 없는 생명을 확인할 수 있는 이 6월에 그 에너지를 갈무리 못해 전쟁을 경험했던 이 땅이 용서와 화해와 평화로 덮이기를 기원합니다.
2012년 6월 25일 오후 7시 30분,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이달의 화가는 김해성이고, 광주 예향실내악단을 특별 초청하였습니다.

2012년 6월 김원중 

 
 
6월의 그림: 김해성
사진: 리일천, 신상균
 
 
7월주제 : “휴 식”
 

몽골에서 유학 온 학생 친구가 있습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느라 늘 바쁜 그가 안쓰러워 등산을 권유했는데, 손사래를 치며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한국의 산에는 나무가 너무 많아 무섭다는 겁니다. 몽골은 초원이 많고 산에도 큰 나무들이 없어 한눈에 바라보이는 데 비해, 나무가 빽빽한 우리나라의 숲은 악령과 벌레들의 소굴처럼 무섭다고 했습니다. 또 한 번은 몽골에서 중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인 어머니가 오시는데 평생 바다를 못 보신 어머니께 바다를 보여 드리고 싶다고 해서 여수바다로 안내했습니다. 향일암 앞, 툭 터진 바다를 보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경이로워하는 몽골 친구 가족들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덥습니다. 숲 속 계곡과 바다가 우리를 부르는 7월입니다.
휴식 같은 공연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동요작곡가 백창우님을 초대 손님으로 모셨고, 이달의 화가는 판화가 박구환 님입니다.
7월 30일 월요일 7시 30분,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2012년 7월 김원중 

 
 
초대손님: 백창우
7월의 그림: 박구환
사진: 리일천
 
 
8월주제 : “ Fade out
                 Fade in ”
 

열대야로 시달리던 며칠 전 저녁잠을 이룰 수 없어 차를 가지고 가까운 바닷가로 갔습니다. 캄캄한 바다를 바라보다가 하늘에 별을 보다가 방파제를 때리는 파도소리를 듣다가 이번 달에 부를 ‘Summer wine’을 듣고 있는데 주위의 사물들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뒤를 보니 저만치 하늘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어둠이 물러가는 것만큼 밝아오고 밝아오는 것만큼 어둠이 엷어지고 있었습니다. 빛의 입장에서는 Fade in이었지만 어둠의 입장에서는 Fade out이었습니다. 빛과 어둠이 그런 것처럼 계절 또한 그렇지요. 이 무더운 여름이 Fade out 되면서 가을이 Fade in 되겠지요. 요즘 같아선 우리 손에 시간의 디머(dimmer)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디머가 스위치를 오른쪽으로 빨리 돌려 이 더위를 쫓고 싶습니다. 8월 달거리를 디머 같은 공연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이달의 작가는 화가 이존립 님입니다. 8월 27일 오후 7시 30분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2012년 8월 김원중 

 
 
8월의 그림: 이존립
사진: 김성호, 박세준
 
 
9월주제 : “공평한 햇살 ”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는 들판이 참 풍요롭습니다.
지난여름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는 들판에 서보면 알게 됩니다.
마치 키 크기를 맞추어 잘라낸 잔디밭처럼
벼가 자라는 들판이 가지런합니다.
저렇게 가지런하게 벼가 자랄 수 있는 것은
온 세상을 공평하게 비추는 햇살 때문일 것입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공평하다는 것이.
태풍을 이겨낸 들판의 풍요로움을 기대하며 9월 달거리를 준비합니다.
이달의 화가는 전현숙 님이고, 신인을 소개하는 ‘줄탁’은
우리 공연의 영상연출 나비연입니다.
9월 24일 오후 7시 30분,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2012년 9월 김원중 

 
 
9월의 그림: 전현숙
사진: 리일천
 
 
10월주제 : “산으로 올라간 봄꽃들
                 가을 단풍 되어 내려오다”
 

차가워진 공기는 하늘을 더 파랗게 합니다. 차가워진 계곡물은 더 투명합니다.
콧속을 뚫고 들어온 알싸한 공기는 가슴까지 들어와 지난여름 열기를 식히고,
손과 얼굴에 닿은 차가운 물은 피부를 팽팽하게 만듭니다.
이 계절의 서늘함이 축 늘어진 몸을 일으키고, 정신 또한 번쩍 들게 합니다.
기운차려 무등산에 올라보니 단풍이 산 위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오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지난봄에 산으로 올라가 사라진 꽃들입니다.
이번 달 달거리에 무대미술 참여 작가는 화가 정용규 님이고,
신인을 소개하는 ‘줄탁’ 코너는 우리 지역의 산소 같은 음악후배 ‘맘대로 밴드’입니다.
10월29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2012년 10월 김원중 

 
 
10월의 그림: 정용규
사진: 리일천
 
 
11월 주제 : 여인의 옷 벗는 소리
 

빨갛고 노란 가을이 바람에 흩어집니다.
잎을 다 놓아버린 가지에 달려있는 감들이 꽃처럼 예쁘고
수확이 늦어 찬 서리 맞은 채 달려있는 빨간 사과가
또한 꽃 같습니다.
이런 가을을 바람이 밀어내고 있습니다.

점점 비어가는 계절의 끝자락에
이파리들을 떠나보낸 나무와 헐벗은 대지가
추워 보입니다.
이들을 덮어줄 첫눈을 기다립니다.
칼바람 품고 하늘을 어지럽히며 찾아오는 것이 아닌
먼데 여인의 옷 벗는 소리처럼 내리는 첫눈이었으면 합니다.

11월 26일 월요일 7시 30분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이달의 화가는 김진화 입니다.

추신: 이번 달에는 특별히 북녘어린이들이 먹는 영양빵 ‘옥류’를 공연 후에 시식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2012년 11월 김원중 

 
 
11월의 그림: 김진화
사진: 리일천
 
 
12월주제 : 사랑하면 길이 보여…
 

후배 용석이가 운영하는 커피숍에 가면
조그마한 나무판에 쓰여 있는 이 글을 볼 수 있습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저는 용석이가 만들어준 커피보다
이 말이 더 좋아서 자주 갑니다.
힘이 들 때, 누군가 미워질 때, 의욕이 없을 때,
이 글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달거리공연 몇 번 하고 나니 한 해가 가 버렸습니다.
세밑에서 돌아보면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고,
누군가를 좋아하기보다 미워한 적이 더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랑하면 길이 보여.’ 이 말을 되뇝니다.
올 한 해도 열심히 뛰었던 여러분
그리고 우리 공연의 출연자, 스태프, 팬클럽, 후원자 여러분께
이 말을 노래로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면 길이 보여
그 길 따라 나는 가야지
울고 앉아 있을 수는 없잖아
이 길 끝에 네가 있는데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공연으로 준비한
2012년 마지막 ‘빵 만드는 공연 김원중의 달거리’는
그동안 출연해 주신 분들과 같이합니다.
특별한 손님으로는 생황이라는 귀한 악기의 세계 제일의 연주자인 김효영씨입니다.
이달의 무대그림은 사진작가 리일천 선생의 작품으로 꾸밉니다.
12월 31일 7시 30분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2012년 12월 김원중 

 
 
12월의 그림: 리일천
사진: 리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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