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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쌀 한 톨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 4월 꽃이 하는 말
5월 그리움 6월 보듬어 주기
7월 상처 8월 이열치열以熱治熱
9월 피그말리온 10월 오마주 -가을, 잊혀진 사랑에 대하여
11월 나 목 12월 용, 너 잘 만났다.(잘 가라 토끼야)
 
 

3월주제 : 쌀 한 톨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

 
작년 ‘김원중의 달거리’는 대충 이러하였습니다.
통기타 그룹 樂동들이 관객들과 함께하여 긴장을 풀고 윤진철 명창의 소리와 국악예술가들이 펼치는 소리마실, 매달 새로운 Happy Birthday to you를 만들어 관객들의 생일을 축하하고 클래식 연주가를 초청하여 감동을 선사하는 작곡가 김현옥님, 모래를 가지고 감동적 영상을 만들어준 화가 주홍의 샌드애니메이션, 그리고 기타리스트 류남수님과 자신의 그림으로 무대 배경을 아름답게 꾸며준 화가 한희원님, 작년 ‘김원중의 달거리’를 함께 한 우리 지역의 자랑스러운 예술가들입니다. 교통비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공연에 열과 성의를 다하고서도 올해도 하지 않느냐고, 당연히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 사람들.
그들이 평생 하는 예술이라는 것이 쌀 한 톨 만들지 못하지만 그 예술을 가지고 작년 공연을 통하여 10만개 가까운 빵을 만들 기금을 모금하였고 올해도 더 많은 빵을 만들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는 이 사람들.
저는 이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이 사람들의 예술이라는 것을 사랑합니다.
이 사람들과 다시 공연을 시작하려 합니다. 올해 ‘김원중의 달거리’는 약간의 변화를 줘 볼 생각입니다. 새로운 코너가 만들어지고 열 분의 화가들이 매월 주제에 맞게 돌아가며 배경을 그려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3월의 모금함은 여러분의 동의하신다면 엄청난 재해로 고통 받는 이웃나라 일본에 보내고 싶습니다.
초대손님으로 철저한 수행과 실천으로 저에게 많은 가르침과 영감을 주신 도법스님을 모십니다.

2011년 3월 김원중 

 
 
 
 
 
3월의 그림: 조진호
사진: 리일천, 신상균
 
 
4월주제 : 꽃이 하는 말
 

온 세상이 뒤숭숭합니다.
저에게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어지러운 4월인 것 같습니다.
산을 보면 곧 폭발할지 모른다는 백두산이 생각나고 하늘, 바다, 땅 모두가 방사능, 황사 등으로 오염되어 기우 아닌 걱정을 하게 합니다.
리비아 등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들 또한 사람의 힘을 뺍니다.
지난달 달거리를 마치고 계속되는 무기력함이 공연 후의 피로감인 줄로만 알았는데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어지러운 4월에 하나 둘 피는 꽃들을 보며 안쓰러워하던 차에 양지바른 곳에 무더기로 핀 흰 꽃, 노란 꽃들이 눈부시게 빛나는 광경을 보면서 비로소 제 마음까지 환해졌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꽃은 제 할일을 묵묵히 하고 있더군요.
“달거리 준비 안 할거니?”
꽃이 무기력한 저에게 하는 말입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에게 쏟아지는 햇살과 꽃잎의 눈부심을 가득 담아와 급하게 이 글 위에 풀어 놓습니다.
이번 달 주제를 “꽃이 하는 말”로 하였습니다.
4월 25일이구요, 초대손님은 박남준 시인입니다.

2011년 4월 김원중 

 
 
 
 
 
4월의 그림: 오견규
사진: 리일천
 
 
5월주제 : 그리움
 

지난겨울에 이시대의 명인 공옥진선생을 뵌 적이 있습니다.
나이 탓에 기력이 쇠해진듯하여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를 손님으로 대하시며 일어나서 머리도 만지고 옷매무세도 손을 보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몇 마디 나누다가 노래한곡 청하는 손녀딸의 응석에 못이기는 척 노래를 하셨는데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라려도 임 오질 않고,
빨래소리 물레소리에 눈물 흘렸네.’
뜻밖에 노래였습니다.
판소리 중 어느 한 대목을 하실 것이라 생각했던 저에게 뜻밖의 선물이었던 것이지요.
시선을 어느 한 지점에 고정시켜놓고 무심한 듯한 표정과 함께 음정 하나하나에 노래의 맛을 더하는 명인의 솜씨는 충격적 감동이었습니다.
마음속의 그리움을 소리로 빚어내는 솜씨에 감탄을 하며 돌아왔습니다.

오동 꽃. 찔레꽃 눈부신 오월이면 그리운 이 한사람 있습니다.
참 바보 같은 사람입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떠나보낸 사람입니다.
제 노래를 좋아했던 사람입니다. 그분이 그립습니다.
오월달거리 주제는 ‘그리움’입니다.
초대손님은 지리산 지킴이 이원규시인 입니다.

2011년 5월 김원중 

 
 
 
 
 
5월의 그림: 임남진
사진: 리일천
 
 
 
6월 주제 : 보듬어 주기
 

요 근래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다니다 보면 사방이 초록입니다.
햇살을 받아 흰색이 많이 들어간 느낌을 주는 초록부터 심지어는 검은색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짙은 초록까지 다양합니다.
몇 해 전만해도 개망초꽃이 온 산야를 무리지어 점령하고 있구나 생각했는데 얼마 전부터 조금씩 상황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꽃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고속도로 양편의 산을 절개한 부분에 심어 놓은 노랑꽃이 여기저기 눈에 많이 띕니다. 이 노랑꽃의 화려함에 개망초꽃의 모습이 왕년의 스타로 밀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6월 요즈음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이 계절의 터질 듯 넘치는 생명력을 어찌할까요.
이 주체할 수 없는 생명의 송가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요
따스한 햇살, 부드러운 바람, 포근한 별빛, 달빛 그리고 한번씩 낯을 바꾸어 내리는 비, 심지어는 천둥, 번개까지도 이 생명들을 한시도 혼자 버려두지 않고 번갈아가며 지키고 있습니다.
아니 자세히 보면 보듬어 주고 있다고 해야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더군요. 보듬어 주고 나서야 생명이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보듬어주고 나서야 생명이 자라는 것이었습니다.
6월의 넘치는 생명을 만들어 낸 자연의 보듬어 주기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그런데...
새로 태어날 생명이 두려워서 보듬기에 인색한 사람은 어찌해야 할까요?
「빵 만드는 공연 ‘김원중의 달거리’」 6월의 주제는 ‘보듬어 주기’ 입니다.
초대 손님은 도종환 시인입니다.
공연에서 뵙겠습니다.

2011년 6월 김원중 

 
 
 
 
6월의 그림: 김해성
사진: 리일천, 신상균
 
 
7월주제 : 상처
 

지난해 산에 살던 집 앞에 가끔 무속인 들이 네댓 명씩 몰려와 촛불 켜고 음식 차리고 향을 피우는 등 어지럽게 하곤 하였습니다.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소란에 제가 나서서 멈추게 하였는데 두어 달 후에 산길에서 넘어져 무릎 밑으로 상처가 생겼습니다. 그것을 보고 같이 있던 김현국이 형님에게 귀신이 해코지 한 거라며 놀려 댔습니다. 자기가 쫓아달라고 했으면서 말이지요. 어쨌든 그 상처를 그대로 두었더니 흉이 생겼습니다. 조금 거슬리기도 하지만 시간이지나면 엷어지고 없어지겠지. 또 정 아니면 수술을 하면 되지. 하며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그런 저의 상처를 보면서 마음의 상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받은 것도 있고 남에게 준 것도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약으로도 수술로도 해결할 수 없겠지요. 시간이 많이 지나 잊은 듯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치유되지 않는 상처가 있음을 증명하곤 합니다. 귀신들이야 제 몸에 치료할 수 있는 상처나 남겼을 뿐이지만 제가 남에게 입힌 마음의 상처는 평생 그 사람을 아프게 할 텐데 이것을 어찌해야 하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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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추신: 이번 달 초대 손님은 싱어 송 라이터 김현성입니다.
무대미술은 화가 한희원입니다.

2011년 7월 김원중 

 
 
 
 
7월의 그림: 한희원
사진: 리일천
 
 
8월주제 : 이열치열以熱治熱
 

참 덥고 습한 날들의 연속입니다.
어디 피할 곳이 없습니다.
계곡에 있어도 그때뿐이고 에어컨만 찾아 다녔더니 몸이 무겁습니다.
그러더니 오한이 나고 복통, 설사가 뒤따릅니다.
덕분에 다이어트를 했습니다만 노래 한 곡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기운이 없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김현국이가 다른 피서를 권합니다.
먼저 무등산 자락의 양지바른 곳의 너럭바위를 찾았습니다.
수천년이 넘는 세월을 낮 시간에 바람 발라 햇볕에 달구어지고 밤에는 이슬로 목욕해온 그 넓적한 바위를 말이지요.
한낮 뜨거운 햇볕에 달구어질 대로 달구어진 그 바위위에 팬티 한 장 걸치고 얼굴을 우산으로 가리고 누웠습니다.
뜨거운 돌이 몸을 받아줍니다.
막혔던 피가 온 몸을 도는 느낌입니다.
조금 있으니 땀이 비오듯이 흐릅니다.
열기 때문에 견디기 어렵다 싶을 때 소나무 숲을 지나온 바람이 온 몸을 어루만지며 열기를 식혀 줍니다.
절로 탄성이 나오고 노래가 나옵니다.
여러분께 여름선물로 드리는 이열치열 피서법입니다.
더위가, 습한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아니 행복합니다.
이번 달 달거리는 8월 29일입니다.
초대손님은 국립무용단 수석발레리노 출신인 한양대학교 무용학과 문영철 교수입니다.
이달의 화가는 채경남님입니다.

2011년 8월 김원중 

 
 
 
 
8월의 그림: 채경남
사진: 리일천
 
 
9월주제 : 피그말리온
 

신화를 읽으면서 감동을 받은 장면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조각가 ‘피그말리온’ 이야기입니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이 너무 아름다워 정성을 다해 닦아주고 ‘갈라테이아’라고 이름 짓고 매일 안아주고 합니다.
이것을 보고 하늘의 신들이 감동하여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 넣어 줍니다.
중세의 많은 화가들이 ‘갈라테이아’가 생명을 얻고 좌대에서 ‘피그말리온’의 손을 잡고 내려오는 장면을 그렸는데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찬바람이 불어 옆구리가 시려오는 것이 두려운 계절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간절해져 보고 싶어 이번 달거리 주제를 피그말리온으로 해 봅니다.
초대손님은 김용택시인입니다.
이번 달 화가는 최재영 작가입니다.
9월26일 오후7시30분 공연장에서 뵙겠습니다.

2011년 9월 김원중 

 
 
 
 
9월의 그림: 최재영
사진: 리일천
 
 
10월주제 : 오마주 -가을, 잊혀진 사랑에 대하여
 

순천만 풍경입니다.
갈대들의 아쉬운 손짓을 뒤로하고 산 너머로 홍시 같은 석양이 쏘옥 사라집니다.
석양이 사라진 하늘은 오히려 더 붉어집니다.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지고 하늘을 나는 새들마저 소리 없이 실루엣만 날아갑니다.
하늘이 외로워진다 싶은데 반대편 하늘에 반달을 막 넘긴 약간 배불뚝이 달이 언제부터인지 하얗게 떠 있습니다.
‘노랑부리저어새’를 볼 수 있는 것은 승선한 사람 중에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이 있을 거라는 관람 선의 해설사의 말을 들으며 주변을 살펴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사라지는 석양이 물 위로 내놓은 Sunlight Way를 따라 가을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월 달거리는 시월의 마지막 날 31일입니다.
가을에 대한 오마주(hommage), 그리고 잊혀진 사랑에 대한 오마주로 꾸밉니다.
이달의 화가는 박태후 작가시고, 초대손님은 나희덕 시인입니다.

2011년 10월 김원중 

 
 
 
 
10월의 그림: 박태후
사진: 리일천, 신상균
 
 
11월 주제 : 나 목
 

불이 났습니다. 언덕 위의 장작더미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순식간에 불길이 솟아올랐고 키를 넘는 불길이 캄캄한 밤을 환하게 밝히는데 불길 앞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마치 은행나무가 불을 뿜고 있는 것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나무는 떨고 있었고 그 떨림으로 하릴없이 이파리들이 불 속으로 내리는데 더욱 노랗게 빛이 납니다.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어 정신없이 뛰어 올라가 불길이 더 다가오지 못하도록 주변을 치웠습니다.
불이 아니더라도 얼마 있지 않아 나무는 이파리들을 다 놓아 줄 텐데 불 속으로 하나둘 이파리들을 떨어뜨리는 나무를 보며 마음 아팠습니다.
11월은 비움의 달인 것을 나무들이 알려줍니다.
그 무성하던 이파리들을 다 떠나보내고 맨몸으로 서 있는 나무를 보며 고개를 숙입니다.
비우지 못함에 부끄러워집니다.
11월 달거리의 주제는 ‘나목’입니다.
초대 손님은 가수이면서 시인, 작곡가인 백창우님이고 이달의 모시는 화가는 신양호님입니다.
추신 : 다행히도 소방차가 늦지 않게 출동해서 화재는 진압되었습니다.
         불에 놀란 은행나무가 내년에 여린 싹을 틔우길 기도합니다.

2011년 11월 김원중 

 
 
 
 
11월의 그림: 신양호
사진: 리일천
 
 
12월주제 : 용, 너 잘 만났다.(잘 가라 토끼야)
 

눈이 왔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의 지붕들이 뒷산보다 더 하얗다는 것을 오늘 알았습니다.
그 마을 위로 신기하게도 붉은 달이 떴습니다.
하늘 가운데로 올라온 달은 어느새 하얘졌고 잠시 후에 월식이 시작됐습니다.
한순간 하늘에서 달이 사라졌지만 우리는 상실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면 달이 다시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랬습니다.
잠시 후 사랑하는 여인의 젖가슴 같은 달이 조금씩 얼굴을 내밀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월식에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달처럼 내년 3월에 달거리는 여러분 곁으로 다시 올 것입니다.

12월 공연의 주제가 ‘용, 너 잘 만났다.(잘 가라 토끼야)’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다가오는 시간에 대해서 조심스러워하고, 속박되는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내년에는 시간의 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의 해에 그 용에게 ‘용 님, 잘 부탁합니다.’가 아니라 ‘용, 너 잘 만났다. 잘해보자’
이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에 주제를 그렇게 정했습니다.
이번 달 초대 연주는 멀리 여수 바닷가 마을에서 올라온 초등학생 어린이들의 오케스트라 연주입니다.
천사 같은 아이들의 미소와 소리를 듣고 제가 받았던 감동을 여러분에게 연말 선물로 나눠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 달 초대작가는 조각가 고근호 작가입니다.
그동안 우리 공연을 아껴주신 여러분께 머리 조아려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1년 12월 김원중 

 
 
 
 
12월의 그림: 고근호
사진: 리일천, 신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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